투자의 ‘9부 능선’에서 미끄러지지 않는 법: 완벽한 법률 검토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제품 개발과 시장 확대라는 화려한 등반에만 집중하다가, 투자 유치라는 마지막 관문 앞에서 ‘법률 리스크’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에 걸려 좌초하곤 합니다. VC의 법률 실사(Legal Due Diligence)는 회사의 과거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이며, 이때 발견된 작은 흠결 하나가 전체 투자 계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위협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벤처피디아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VC가 아이디어보다 ‘사람’에 투자하는 이유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뤄봤습니다. 최고의 팀을 꾸렸고, 시장을 혁신할 제품도 준비되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투자 유치를 위한 실탄을 장전할 시간입니다. 하지만 많은 창업가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이 ‘법률적 준비’입니다.
저는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승인만을 남겨둔 유망한 스타트업의 투자가 막판 법률 실사 단계에서 엎어지는 안타까운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공동창업자와의 지분 관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거나, 핵심 기술의 IP(지식재산권)가 회사에 제대로 귀속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죠. 이런 문제들은 VC에게 단순한 서류상의 실수를 넘어, 창업팀의 관리 능력과 비즈니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위험 신호(Red Flag)’로 받아들여집니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법률 검토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는 단순히 VC의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함이 아닙니다. 우리 회사의 기초를 단단히 다지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법적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제거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과정입니다. 오늘 이 글을 통해, VC가 법률 실사에서 어떤 것들을 깐깐하게 들여다보는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기초공사가 튼튼해야 100층 빌딩을 짓는다: 법인 설립과 정관 점검
모든 법률 검토의 시작은 회사의 ‘주민등록등본’과도 같은 법인등기부등본과 ‘헌법’에 해당하는 **정관(Articles of Incorporation)**을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많은 창업가들이 법무사를 통해 제공되는 표준 정관을 그대로 사용하는데, 이는 당장의 법인 설립에는 문제가 없지만 투자 유치 단계에서는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VC가 정관을 볼 때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업의 목적: 현재 영위하는 사업뿐만 아니라, 향후 확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 분야까지 포괄적으로 기재되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만약 정관에 기재되지 않은 사업으로 투자를 받으려 한다면, 투자 실행을 위해 정관 변경부터 진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합니다.
- 발행예정주식총수: 회사가 발행할 수 있는 주식의 총 한도를 의미합니다. 투자 유치는 대부분 신주 발행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발행예정주식총수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않다면 투자 유치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투자 유치 규모를 고려하여 넉넉하게 설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종류주식 발행 근거: VC 투자는 보통주가 아닌, 상환권, 전환권, 의결권 등 다양한 권리가 붙어있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관에 이러한 종류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는 명확한 근거 조항이 없다면, VC는 투자를 집행할 수 없습니다.
-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조항: 투자 유치는 기존 주주가 아닌 새로운 투자자(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정관에 ‘경영상 필요로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이사회 결의로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정관은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의 근거가 되는 문서입니다. 투자 유치 전에 반드시 변호사나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 VC 친화적인(VC-friendly) 구조로 정비해두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분 관계는 혈연관계보다 진하다: 깨끗한 주주명부와 Cap Table 관리
"초기에 도와줬던 지인에게 그냥 말로만 지분 2% 주기로 했는데 괜찮겠죠?" 제가 심사역 시절 가장 아찔했던 질문 중 하나입니다. 법적으로 지분 관계는 ‘말’이 아닌 ‘서류’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투자 실사 과정에서 가장 민감하고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바로 주주명부와 **캡 테이블(Cap Table, Capitalization Table)**입니다. 캡 테이블은 회사의 모든 주주 현황, 지분율, 주식 종류, 스톡옵션 부여 현황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한 표로, 회사의 소유 구조를 나타내는 가장 핵심적인 문서입니다.
VC는 캡 테이블을 통해 다음과 같은 잠재적 리스크를 확인합니다.
- ‘유령 주주’의 존재: 정식 계약 없이 구두로만 지분 약속을 한 경우, 투자 유치 소식이 알려지면 갑자기 나타나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는 심각한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VC에게는 가장 피하고 싶은 리스크입니다. 모든 지분 관계는 반드시 서면 계약(주식양수도계약서, 증여계약서 등)을 통해 명확히 해야 합니다.
- 공동창업자 간의 불화 가능성: 공동창업자 간의 지분 배분이 기여도에 비해 불합리하거나, 한 명이 퇴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이는 미래의 분쟁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동창업자들은 **주주간 계약서(Shareholders' Agreement)**를 작성하여, 일정 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지분이 확정되는 베스팅(Vesting) 조항, 주식 양도 시 다른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매수할 기회를 주는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 등을 명시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복잡한 지분 구조: 너무 많은 소액 주주가 있거나, 지분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 향후 중요한 의사결정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 및 결의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캡 테이블은 최대한 단순하고 명확하게 관리되어야 합니다.
깨끗한 캡 테이블은 창업팀이 회사의 소유 구조를 투명하고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코드는 회사의 것인가, 개발자의 것인가?: 지식재산권(IP)의 완벽한 귀속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에게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은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핵심 경쟁력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그 권리가 회사에 명확하게 귀속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은 모래 위에 지은 성과 같습니다. VC는 법률 실사를 통해 회사가 주장하는 기술과 브랜드에 대한 법적 권리를 완벽하게 소유하고 있는지 철저하게 검증합니다.
IP 관련 핵심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직무발명: 직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개발한 기술이나 발명은 원칙적으로 회사 소유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직무발명보상제도’를 도입하고, 근로계약서에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가 회사에 귀속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또한, 발명한 직원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 규정도 마련되어 있어야 향후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외부 용역 및 프리랜서: 외부 개발자나 디자이너에게 용역을 맡겨 결과물을 납품받는 경우, 계약서에 ‘결과물에 대한 모든 지식재산권은 용역 발주사인 회사에 귀속된다’는 조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이 조항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저작권은 해당 결과물을 창작한 개발자나 디자이너에게 남아있게 되어, 추후 회사가 해당 소스코드나 디자인을 사용하는 데 막대한 법적 리스크를 안게 됩니다.
- 상표권 및 특허권: 회사의 이름, 로고, 서비스명 등은 반드시 상표로 출원하여 독점적인 권리를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핵심 기술에 대해서는 특허 출원을 통해 경쟁사의 모방을 방지하고 기술적 진입장벽을 구축해야 합니다. 투자자는 이러한 IP 포트폴리오를 통해 회사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판단합니다.
IP 귀속 문제는 한번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사업 초기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꼼꼼하게 챙겨야 할 가장 중요한 법률 이슈 중 하나입니다.
모든 비즈니스는 계약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핵심 계약서 법률 리스크 점검
스타트업은 수많은 계약 관계 속에서 성장합니다. VC는 법률 실사를 통해 회사가 체결한 주요 계약서들을 검토하며, 회사의 비즈니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독소조항이나 잠재적 법률 리스크는 없는지 확인합니다.
VC가 주로 검토하는 계약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근로계약서: 모든 임직원과 정식 근로계약서를 체결했는지, 계약서 내에 비밀유지의무(Confidentiality) 및 경업금지의무(Non-compete) 조항이 적절하게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는 회사의 핵심 정보와 인재 유출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 주요 사업 계약서: 고객사와의 판매 계약, 공급사와의 구매 계약,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 등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는 계약서들을 검토합니다. 특히, 계약 해지 조건,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 독점 공급/판매 조항 등 회사의 재무 상태나 사업의 지속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항들을 주의 깊게 살펴봅니다.
- 스톡옵션 부여 계약서: 임직원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이 상법 및 정관에 따라 적법한 절차(주주총회 특별결의 등)를 거쳐 부여되었는지, 계약서의 내용이 명확한지를 확인합니다. 절차상 하자가 있는 스톡옵션은 향후 법적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표준 계약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회사의 비즈니스 특성과 상황에 맞게 각각의 계약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중요한 계약은 반드시 변호사의 자문을 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비용을 아끼는 길입니다.
핵심 포인트 요약
"법률 준비는 투자 유치를 위한 ‘비용’이 아니라 회사의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깨끗한 정관과 캡 테이블, 완벽하게 귀속된 IP, 그리고 잘 정비된 계약서들은 VC에게 신뢰를 주고 실사 과정을 단축시키는 최고의 무기입니다. 법률 리스크를 사전에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곧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벤처피디아] > PART 1. 자금조달의 기초와 전략 수립'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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